상식과 무식에 대한 논쟁은 쿨타임 돌때마다 화제가 되는 절대 쉬지 않는 떡밥이다. 그리고 이 떡밥은 대체로 '어떻게 그것도 모르냐'며 조롱하는 무리와 '모를 수도 있지 그게 뭐가 문제냐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라며 화를 내는 무리의 합으로 난장판이 된다.

이런 주제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모르는게 뭐가 문제냐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라고 외치는 태도는 그 문제를 아냐 모르느냐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어떠한 시그널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에 가깝다.

인간이 경험하는 모든 일은 학습을 밑바탕에 두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학습은 학습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태도가 좋은 학습으로 이어질까? 모르는 것에 부족함을 느끼고 그것을 채우고자 하는 태도가 아닐까? 개인적으론 '모르는데 뭐? 너는 얼마나 잘났길래?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학습이 필요한 다른 영역에서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장 일의 영역도 일을 잘하기 위해선 학습이 필요하다. 우리가 하는 일의 상당부분은 기계적으로 처리가 가능하다. 관련된 프로세스나 관련 지식을 몰라도 일을 하는덴 큰 지장이 없다. 몰라도 기계적으로 일은 할 수 있으니깐. 하지만 그걸 모른다면 일을 잘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다른 모든 영역들도 마찬가지다.

상식 한두개 모른다고 무식하다고 하긴 어렵다. 누구는 처음부터 알았나. 무언가 틀리거나 모르면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 배우면 되고 이제부터 알면 된다. 차이는 아는 것과 모름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온다. 부끄러운 감정을 무마하기 위해 스스로 합리화를 하고 화를 내면 계속 모르게 된다. 그렇기에 상식을 모를 수 있는 것은 충분히 납득이 되지만 거기에 지나치게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아는 것에 으스대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상식은 사람마다 범위가 다르고 안다고 해서 대단한 것도 아니다. 아는 것이 특별히 대단치 않으니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냥 알려주면 될 일이다. 꽤 예전에 화제가 되었던 타인의 상식을 평가하기 위해 '관우 아세요?'라고 묻고 다녔던 사람을 생각해보자. 많고 많은 지식 중에서도 상대방의 상식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관우를 택했다는 것은 어쩌면 아는게 그것 뿐인게 아닐까?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는 것처럼 남이 모르는 부분도 있다. 이것이야 말로 모든 상식 위의 상식이기도 하다. 자신이 아는 부분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남이 그걸 모른다고 무식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대체 자신이 모르는 부분을 어떻게 견딜 수 있는 걸까? 모른다는 걸 모르는 상태일까? 아니면 몰라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걸까? 만약 이것이라면 자신이 무식하다고 몰아붙이는 사람들과 완벽히 똑같다. 남을 비웃을 처지가 못되는 것이다.

만약 무언가를 모르는 것이 무식이라면 우리 모두 무식하다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무식은 아는 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앎과 모름을 대하는 태도라 생각한다.

김영준 페북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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