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웃집 백만장자 20주년 기념판 (2016)
세이노 선생님의 추천 서적 중 한 권인 ‘이웃집 백만장자’를 읽었습니다. 첫 번째 에디션은 1996년에 나왔는데, 제가 읽은 버전은 2016년에 개정된 20주년 기념판입니다.
백만장자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순자산으로 100만 달러 이상을 가진 가구를 말합니다. 100만 달러는 우리나라 돈으로 약 12억원 정도입니다. 순자산 12억 이상이라고 해서 부자라 부르긴 힘들 것 같은데, 백만장자라는 단어가 처음 사용된 시점이 1719년이니 괴리감은 어쩔 수 없네요.
이 책에서 관찰한 백만장자 표본은 순자산이 100만 달러 이상인 미국 거주민인데요, 보유 순자산의 중앙값은 160만 달러라고 합니다. 이 금액이 2022년에서는 어느 정도 금액에 해당할까요? 표본 관찰 시점인 1995년의 미국 가구 상위 5%의 소득 중앙값은 188,828달러였고, 2020년의 미국 가구 상위 5%의 소득 중앙값은 446,030달러였습니다. 소득 분위가 낮아질 수록 1995년과 2020년의 가구 소득 차이가 적게 나는 걸 감안하면, rule-of-thumb으로 1995년 대비 현재의 화폐 가치는 대략 절반이다고 보면 크게 틀리진 않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 책에서 다루는 백만장자의 순자산 중앙값은 현재 가치로 환산 시 약 320만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38억 정도라고 보입니다. 순자산 38억(미실현 평가액 포함)을 부자로 정의해야 하는지는 조금 애매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순자산 100억, 천만장자는 되어야 부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고요. 아무튼 표본에 대한 트집은 여기 까지만 잡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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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되는 데 있어서 이 책은 ‘수비’적인 부분을 많이 다룹니다. 쉽게 말해서 자신의 소득을 최대한 잘 지키는 데 많은 부분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반대 개념인 ‘공격’은 소득을 늘리는 것에 해당하고요.)
재미있는 개념으로 PAW와 UAW를 제시합니다. PAW는 Prodigious Accumulator of Wealth, UAW는 Under Accumulator of Wealth의 줄임말로, PAW = 소득에 비해 많은 순자산을 축적한 사람, UAW = 소득에 비해 적은 순자산을 축적한 사람을 말합니다.
그러면 PAW와 UAW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우선 ‘소득 대비 적정 순자산’을 계산해야 합니다.
소득 대비 적정 순자산 = (세전 수입 * 나이) / 10
가령 세전 수입이 5천만원이고 나이가 30살이라면, 이 사람의 적정 순자산은 (0.5 * 30) / 10 = 1.5억으로 계산하는 식입니다.
그러면 PAW와 UAW는 어떻게 구별할까요? 이걸 정확히 구분하려면 꽤 복잡한 통계자료가 필요하니, 마찬가지로 rule-of-thumb으로 접근합니다.
PAW = 소득 대비 적정 순자산의 2배 이상
UAW = 소득 대비 적정 순자산의 절반 이하
위에서 예를 든 연 수입 5천만원의 30살인 사람의 순자산이 3억 이상이라면 PAW, 7천5백만원 이하라면 UAW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이 책에서는 단순히 순자산 100만달러를 초과하냐 하지 않느냐 보다, PAW가 되는 것을 중요하게 바라봅니다. “부자 = 100만 달러 이상의 순자산을 보유하면서 PAW인 사람”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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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관통하는 부자의 특징은 ‘검소함’입니다. 이런 검소함은 아래와 같은 세부 갈래로 나눠집니다.
- 소득에 비해 적게 소비하라
-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에 거주하며 주거 비용을 절약하라
적게 소비하면 연 수입 7만 달러의 평범한(?) 가구도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1995년 당시 7만달러면 현재 약 14만달러의 수입이니, 평범한 수입으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다만 이 책은 어디까지나 ‘수비’의 관점이라, 수입 자체를 늘리는 ‘공격’은 꾸준한 자기개발을 통해 달성하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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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금 영향을 크게 받는 근로소득 비중을 줄이고 자본 소득(미실현 소득 포함)을 늘려라
가구의 현금흐름 형성을 근로소득에 의존하면 세율 변동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또한 100만원짜리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세전 130~150만원 정도의 수입이 필요합니다. 현금흐름 형성 과정에서 세율을 낮추고, 근로소득 외 다양한 곳에서 현금흐름이 발생하도록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주식 배당이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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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득 수준 대비 비싼 주택을 구입하지 마라
- 주택을 샀다면, 한 집에서 오래 거주하여 세후 수익률을 높여라
-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라 (우리나라의 경우 임대 수익 목적의 주택 구매도 해당하겠네요.)
소득 대비 비싼 주택을 구입하면 원리금 상환에 많은 현금흐름이 소진되어 자산 구조가 나빠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소득 대비 비싼 주택을 구입하지 마라고 이야기합니다. 반면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는 권장하는데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임대 수익 목적의 주택 구매도 같은 맥락으로 포함시켜도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한편, 주택은 임대 거주보다 여력이 되는 한 매수하여 오래 거주하는 게 좋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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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는 자녀에게 금전적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이 자녀의 경제적 성장에 도움이 된다. (대학교 등록금 까지만 지원하라.)
- 자녀는 부모에게 금전적 지원을 받지 않고 스스로 성장하는 것이 부자가 될 확률이 높다.
이 부분은 자산을 축적한 부모님들께서 궁금해 하실 부분입니다. 자산 많은 분들은 이 책을 거의 다 읽어보셨을 것 같지만요. ^^ 부모가 자녀에게 금전적 지원을 하는 것은 자녀의 독립심을 낮춰서 역경을 헤쳐나가는 능력을 줄인다고 이야기합니다. 부자들 중에서도 최상위 부자에 가까울수록 자녀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더 줄인다는 추가 연구도 다루고 있구요.
저도 이 부분, 즉 부모의 자녀에 대한 금전적 보조에 관한 챕터에서 참 많은 부분을 느꼈습니다. 다른 부분보다 공감되는 부분이 많기도 했고요.
이 책에서 말하는 검소하게 살아라, 소비를 줄여라, 소득에서 25% 이상 투자하라,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라, 저렴한 주거지에서 거주하라, 중고차를 깎아서 사라 등등, 이런 것들은 상당부분 제 몸에 베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이 책에서 제시하는 헝그리 정신이 좀 약하다고도 느끼기도 했습니다.
저의 이런 습관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생각해 보면, 유년 시절에 부모님께 금전적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한 것에서 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친구들의 부모님은 어려움이 생길 때 도와주는 걸 많이 봤습니다. 저는 그런 도움을 못 받았고, 그런 친구들이 참 부러웠어요. 하지만 저의 부모님은 ‘괜찮다’, ‘잘 될거다’고 말씀만 하셨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직접 나서진 않으셨습니다.
제가 스스로의 인생을 찾아 나가게 된 배경이 부모님의 이런 모습 덕분이지 않나 싶습니다. 만약 부모님께서 제가 힘들 때 마다 도와주셨다면 지금과는 다른 생활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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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론, 약간 outdated된 느낌도 있고 한국 상황에 맞게 localize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주택에 관한 부분인데요, 우리나라에서의 주택은 연금 목적을 겸하고 있고, 주식 시장을 연금 목적으로 활용하기엔 시클리컬 기업이 많습니다. 물론 한국 주식 시장에 날고 기는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연금이라는 범용성을 띄기에는 한국 주식시장이 만만한 시장은 아닐겁니다. 양국의 세법 차이도 크고요. 이런 점을 감안해서 책의 내용을 localize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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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검소한 생활에 대한 리마인드, 그리고 자녀에 대한 금전적 지원에 관한 견해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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