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운 페북펌)

신냉전기 중러관계에 대한 냉전사학자 오드 베스타의 <포린어페어스> 기고문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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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중러 분열?
The Next Sino-Russian Split?
-중국은 궁극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지지를 후회할 것이다

오드 아르네 베스타 (예일대 역사학 및 외교학 교수)

전쟁 중인 동안에는 다음 일을 생각하기는 어렵다. 이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제일 극명한 사실이다. 우리의 생각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침략이 우크라이나 인민에게 가한 고통에 의해 필연적으로 흐려졌다. 또한 이러한 종류의 전쟁에 대한 경험 부족으로 인해 방해를 받는다. 이와 함께 특히 이 침략이 초래한 강대국 경쟁의 시대의 위험 속에서는 우리가 여기로부터 어디로 가는지 상상하기 어렵게 만든다. 냉전보다 훨씬 덜 안정적이고 냉전이 끝난 이래로 어느 때보다 훨씬 위험한 강렬한 경쟁과 위협의 시대가 될 것이다. 푸틴의 핵 무기 위협은 다음에 일어날 일에 얼마나 큰 위험이 있는지 이미 보여주었다.

이 전쟁이 어떻게 끝나느냐에 관계없이, 중러 관계는 세계가 강대국 전쟁을 피할 수 있을지를 결정할 것이다. 만약 중국이 이웃 국가들을 무력으로 진압하려고 시도하는 푸틴 정권을 계속 지지한다면 언젠가 세계는 러시아와, 미국이 지원하는 유럽 간의 대결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푸틴을 통제하거나 그와의 연합을 완전히 포기한다면 강대국간의 보다 안정적인 경쟁으로의 복귀가 가능할 것이다. 일부 중국인을 포함한 많은 관찰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지금은 국제무대에서 자신과 타자들을 위해 선을 행할 중국의 순간이 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중국이 그러한 기회를 잡는데 실패하고 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를 향한 침공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베이징 올림픽 이후까지만 공격을 미루도록 요청하면서 푸틴에게 침략에 대한 청신호를 보냈다. 중국 외교부는 침공 직전까지 계획된 침략 전쟁이 서구의 과열된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러시아의 거짓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침공 전날 중국은 미국이 “긴장을 높이고 공포를 만들고 심지어 전쟁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러시아 측은 전쟁을 시작할 의사가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몇 시간 후 침공을 시작하자 중국은 비개입이라는 고상한 관념에 호소하고 미국과 미국의 유럽 파트너 국가들에게 러시아의 행동의 책임이 있다고 비난하는 것을 제외하면 옆으로 빠져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인들과 다른 동유럽인들은 중국 지도자들이 “안보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정당한 우려”와 그들 국가 상황의 “역사적 복잡성”에 대해 이야기하자 불신을 갖고 귀를 기울였다. 러시아의 미사일이 키예프(키이우), 하르코프(하르키우), 마리우폴을 타격하여 거의 천만명의 시민들이 고향에서 멀리 탈출하고 있을때도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가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긴장을 한계점까지 밀어붙였다”고 비난했다.

유럽의 불타는 다리

이 수사가 특히 유럽에서 만들어낸 중국의 이미지는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러시아의 대량 학살의 공범이라는 이미지이다. 유럽인들을 공포에 떨게 한 것은 중국이 행한 일 그 자체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및 총회에서 러시아의 행동이 규탄받았을 때 기권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깊은 충격을 준 것은 중국 외교관들이 사용한 언어의 냉담함이다. “러시아의 정당한 우려”가 중국으로 하여금 공격이 일어나기 전까지 그들과 우호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던 이웃국가에 대한 침략을 묵인하게 할 수 있다면 누가 중국의 우호를 믿을 수 있겠는가? “역사적 복잡성”에 대한 말은 더 심각하다. 유럽은 과거에 제국이 조약을 위반하고 작은 이웃국가들을 침략하기 위해 사용했던 역사적 복잡성으로 가득차 있다. 우크라이나는 과연 너무 “역사적으로 복잡”해서 정말로 자국의 영토적 통합성이나 국가지위를 가질 자격이 없는가?

푸틴의 공격이 계속되면서, 유럽과 미국에서 중국의 이미지는 자유낙하(free fall)하고 있다. 물론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쇠퇴하고 있었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었다. 하지만 특히 유럽인들에게, 우크라이나는 주목할 만큼 놀라운 일이 되었다. 독일의 주요 신문 중 하나인 <디 차이트(Die Zeit)>는 “러시아의 잔혹 행위에 대한 중국의 침묵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이야기한다. 향후 중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길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향후 10년간은 유럽 및 다른 국가와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이 푸틴을 막거나 최소한 우크라이나의 자결권을 인정한다는 전제하에서 시작하는 푸틴 정권과 우크라이나 간의 실질적 협상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는가? 지금 이 순간에는 이것은 거의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푸틴과 중국 지도자 시진핑은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하기 직전 공동 성명에서 “국제관계에서 정의로운 다극체제(just multipolar system)를 구축하기 위한 러시아 측의 노력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아마도 이것이 지금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하고 있는 일일 것이다. 물론 러시아가 더 많은 도시들을 파괴하거나 대량 살상무기(WMD)를 사용한다면 시진핑이 냉담해질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푸틴의 공격이 시작된 이래 중국의 친러적 수사를 고려할 때 이마저도 가능성은 희박하다.

물론 푸틴의 침략 전쟁에 대한 중국의 묵인의 주된 이유는 중국 자국의 이익이다. 중국은 푸틴이 자신들이 믿는다고 이야기 하는 국제관계의 원칙 대부분을 위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파트너 옆에 서서 오랫동안 러시아를 중국에 묶어두기를 원하고 있다. 물론 시진핑은 러시아의 공격이 원활하고 효과적으로 성공하는 것을 선호했지만 우크라이나 방어자들이 그러한 가정을 조롱한 후에도 시진핑은 푸틴의 군사 문제가 장기적으로 중국에 이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믿는 것 같다. 그것은 서방의 제재와 마찬가지로 러시아를 중국에 더욱 의존하도록 만들 것이다. 다른 말은 거의 하지 않고 서방을 비난함으로써 베이징은 스스로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당신이 바라는 것을 주의하라

중국의 이익 측면에서 이것은 시진핑이 가정하는 것만큼 성공적인 전략이 아닐 수 있고, 적어도 장기적으로는 아닐 것이다.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정복하는데 성공한다면 그의 탐욕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가 실패한다면 러시아 남부 국경에는 수년간의 긴장이 찾아올 것이다. 어떤 경우든지 간에 러시아는 중국의 신뢰할 만한 파트너라기보다 예측불허의 존재가 될 것이다. 푸틴 치하의 러시아는 김정은 치하의 북한과 조금 유사하게, 중국 외에 의지할 곳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에너지와 광물에 있어 러시아의 매력적인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이웃국가들과 끊임없는 다툼에 갇혀있는 약한 정권의 의존은 중국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베이징과 모스크바가 미국에 맞서려는 목적으로 동맹을 맺으려 했던 마지막 시기에, 중국, 러시아는 물론 서구에도 교훈이 있다. 1950년대 당시 마오과 스탈린은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와 안보적 필요에 의해 화합했다. 그 때는 중국이 지금의 러시아와 같이 약소 파트너였고 그러한 불평등 자체가 양국 관계에 균열을 일으켰다. 그리고 비록 오늘날의 중러 동맹이 스탈린 이후 시대(post-Stalin era)에 일어났던 것과 같이 이데올로기적 분열에 의해 갈라지지는 않을 것이지만, 다른 갈등의 소지는 많이 있으며 그 중 일부는 1950년대 후반과 현저히 유사하다.

중국에게는 미국이나 유럽과의 관계가 대러관계보다 항상 더 중요하다. 1950년대의 중국인들처럼 러시아인들은 그들의 파트너가 자신들의 머리 위에서 워싱턴, 브뤼셀, 독일과 협상하고 있다는 인상을 쉽게 받을 것이고 모스크바의 이익이 완전히 고려되지 않는다면 의심을 품고 분개할 것이다. 중국은 글로벌 경제에서 강력한 지위를 가지고 있으나 러시아는 그렇지 않다. 재정적으로 중국은 큰 대출력을 가지고 있지만 급락하고 잇는 러시아 경제에, 설령 제재가 해제되더라도 반드시 대출을 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두 국가의 전반적인 국제적 지위의 차이는 악감정의 많은 원인들을 만든다.

1950년대 그랬던 것처럼 제3국과의 관계도 그림을 복잡하게 만든다. 인도는 러시아의 우방국이며 서방에는 실망스럽게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지 않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인도는 중국의 적대국이자 경쟁국이기도 하다. 1950년대 후반 소련에 대한 중국의 핵심 비난 중 하나는 1차 중인 국경분쟁 후에도 모스크바가 지속적으로 인도와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같은 권력 역학이 문제가 된다. 인도뿐만이 아니다. 베트남, 몽골,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의 증가하는 압박 하에 놓일 것이고 러시아가 지원해주기를 기대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가 있다. 중국이 1950년대 한국전쟁에서 소련의 지원을 기대했던 것처럼, 오늘날 러시아 지도자들은 특히 러시아군의 상황이 악화될 경우에 우크라이나에서 자신들에 대한 중국의 지원을 기대할 것이다. 그리고 만일 러시아가 전쟁에서 지거나 전전(戰前)의 상태(status quo ante)로 돌아가야 한다면 마오가 한국전쟁에서 그랬듯이 승리할 수 있을만큼의 전쟁 수행을 지원하지 않은 파트너에 대한 분노가 들끓을 것이다. 푸틴은 마오가 한국에서 했던 것처럼 할 수 있다. 그는 현상 유지(status quo)를 승리로 선언하고 그의 정권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충분한 러시아인들이 민족주의적 이유로 그를 믿도록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러시아를 전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관계를 갉아먹을 것이다.

지난 중러 동맹으로부터의 가장 큰 교훈은 아마 다음과 같을 것이다. 양국 관계의 발전은 미국이 할 수 있거나 말하는 어떤 것보다도 중러 각국의 대내적인 역학과 양국간의 관계에 더 의존한다. 미국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은 지켜보고 기다리되 동맹의 균열이 나타나는 즉시 탐색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서방은 침략전쟁을 이유로 러시아를 제재할 것이며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상식적인 협정을 추구하면서 중국과 계속 경쟁할 것이다. 장기적 전략으로서 이것은 아마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자연스러운 파트너가 아니다. 그들을 갈라놓을 수 있는 수많은 이슈들이 있다. 오늘날 푸틴의 외교 정책 전략가들은 러시아가 현재와 미래에 중국과의 협력에 대해 어떻게 근본적인 결정을 내렸는지 설명한다. 그러나 그들과 이야기를 나눈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선택에 대한 그들의 많은 우려를 내심 느낄 수 있다. 그들에게 중국과의 동맹은 두 강대국 간의 자연스러운 결합 때문이 아니라 서방에 대항할 필요성 때문이다. 푸틴 자신은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만약 그렇다면, 러시아의 증가하는 나약함을 감안할 때, 그는 옆집의 떠오르는 강대국과 연결될 때 그가 흥정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부서진 진영

특히 오늘날 워싱턴에서, 이러한 해석에 대한 중요한 반론은 오늘날의 중러 동맹에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장기적인 결속력이 있다는 것이다. 일부 관찰자들은 현재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 개의 세력 진영(power bloc)이 서로 대립하는 신냉전의 첫 번째 총격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기존 냉전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두 블록 사이에 경제 체제의 차이뿐만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분열이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신냉전 경쟁은 민주주의와 전체주의 간의, 시장중심 경제와 국가중심 경제 간의 대결이다.

하지만 오늘날 중국과 러시아는 매우 다른 정치체제와 매우 다른 경제를 갖고 있다. 중국은 인민을 대표하는 능력주의 방식이라고 주장하는 당이 통치하는 공산주의 국가이다. 러시아는 민주주의로 가장하고 있는 개인화된 도둑정치적 독재국가(personalized kleptocratic dictatorship)이다. 양국 경제는 점차 정부에 의해 통제되고 있으나 그것은 어떠한 공통된 기준성(commensurability)도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냉전은 국가주도경제가 자본주의 경제보다 대개는 서로 간에 호환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게다가 정부 통제 경제에서는 모든 것이 정치적이 되어 종종 양자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러시아 및 중국의 경우에는 심오한 문화적 차이가 이 그림에 더해진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할 때 생각나는 보다 광범위한 역사적 유사점은 냉전이라기 보다는 20세기 초입의 독일과 오스트리아이다. 당시 독일은 오늘날의 중국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 및 기술 잠재력과 기존 국제 질서에 대한 일단의 불만을 가진 떠오르는 강대국이었다. 독일의 동맹국인 오스트리아는 오늘날의 러시아와 같이 주변국과의 잦은 다툼과 수많은 내부 갈등으로 쇠퇴하고 있는 제국이었다. 1914년 여름까지 독일 지도자들은 오스트라이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 대신에 그들이 얻은 것은 오스트리아의 우려가 독일을 전쟁으로 몰아가는 일련의 사건들이었다. 중국은 이러한 사건들의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도록 매우 주의해야만 한다. 때때로 자신의 관심사를 돌보는 것은, 특히 옆집의 문제가 많은 제국과 연결되는 기회가 주어질 때, 그러한 관심사를 더 완전하게 정의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이 선택지를 늘리는 동안 서방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몇몇 행동은 명백하다. 유럽이 이제 시작하는 것처럼 더욱 잘 무장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지지해야 한다. 러시아와 중국 국경을 따라 존재하는 우방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푸틴의 군대를 전투에 참여시키는 것이 아니라 푸틴 정권에 최대한의 압력을 가해야 한다. 서방 정책 입안자들은 중국 관리들과 소통할 때 그들이 푸틴의 만행에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음을 강조해야 한다.

원칙에 대한 호소는 베이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푸틴의 거짓말과 무차별적 살인이 매일 만들어내는 중국에 대한 중대한 국제적 실망 조차도 별 소용이 없을 것이다. 푸틴과의 긴밀한 관계가 미중, 유럽-중국 관계의 안정화에 어떻게 불리하게 작용하는지를 중국에게 보여주면서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우크라이나를 더 이상의 파괴로부터 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푸틴의 이익과 자신의 이익이 현재 양측이 믿는 것처럼 쉽게 양립할 수 없다고 적어도 일부 중국 정책 입안자들을 설득함으로써 강대국 간 전쟁의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김용훈 페북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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