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10월 19일 블랙먼데이 사태로 인한 세계적인 주가 하락에 제동을 걸기 위해 일본은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억제했다. 이는 일본의 주가와 지가를 또 다시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1987년 12월에는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 BIS)의 바젤 회의에서 일본 은행의 보유 지분 가운데 미실현 이익을 자본으로 인정하자는 예외 조항이 마련되었다. 그러자 지급준비율에서 자유로워진 일본 은행들은 대출 규모를 늘려 땅값과 주가를 동시에 부양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일본의 거품경제는 이렇게 해서 생겨난 것이다. 이로 인해 유동성이 폭증해 일본 주가는 1980년대 초 6,000 포인트에서 1980년대 후반 약 3만 8,900 포인트까지 6배 넘게 올랐다. 그 짧은 기간에 말이다. 일본 은행의 단기대출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가 되었다. 그만큼 투기가 그성을 부렸다. 일본 주식시장의 버블은 일본전신전화주식회사인 NTT의 주가만 보더라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1987년 2월 말 NTT 시가 총액은 독일과 홍콩 전체 상장기업 시가총액을 합한 것보다 큰 50조 엔 수준까지 솟구쳤다. 상식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버블의 한 가운데 있을 때는 누구도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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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달러화 > 미국으로 자본 유입 > 주가 상승, 금리 하락 > 소비 증가, 투자 증가 > 수입 증대 > 경상수지 적자 확대 > 전 세계 동반성장'이라는 금융 중심의 글로벌 성장 패러다임을 미국이 선진국들의 협조를 얻어 공식적으로 채택했다. 미국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주식시장을 타깃으로 정했다.
이후 미국 달러 가치가 50% 이상 올랐다. 강세 통화로 돈이 몰리는 법이다. 미국으로 달러 유입이 급증하면서 나스닥이 5,000포인트까지 상승해 금융시장이 호황을 맞았다. 호황으로 소비와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자 당시 연준 위원장이었던 그린스펀은 금리를 빠르게 올렸다. 그러자 금리 폭등과 IT 버블 붕괴로 나스닥은 5,000포인트에서 1,000포인트까지 수직 낙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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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경제가 활황을 맞자 자이테크(재테크)라는 돈놀이에 빠졌으며 여기에 미국과 중국 양쪽으로부터 심하게 환율 공격을 당해 빈사 상태에 놓였다. 게다가 내수경기를 부양한답시고 부동산담보대출비율을 120%까지 높이며 부동산 경기를 부추겼다. 이렇게 내부적으로는 '자이테크'라 불린 돈놀이와 외부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환율공격 그리고 바젤 회의와 파생상품의 공습이 오늘날 일본 경제를 망가트린 주범이다.
반면,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가 하향국면이라 같이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이본의 잃어버린 30년과 현재 우리나라의 저상장 위기는 본질이 다른 것이다.
우리는 늘 위기에 강했다. 게다가 경제는 심리이기도 하다.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닮아간다는 그런 무책임한 이야기로 경제 심리를 부정적으로 어지럽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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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가 치유되어 가던 2000년대에 국내에서 '국가부채와 국부유출 논쟁'으로 경제위기설이 다시 불거졌다. 이는 경기냉각만 불러온 게 아니라 주식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2000년은 IT버블이 깨지면서 무서운 하락이 진행되던 구간이었다. 2000년 연초 1,055였던 주가지수는 연말에 504까지 추락했다. 경제위기가 닥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 국내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다 팔기에 바빴다. 당시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GDP의 22.5%에 불과하였다. 일본의 97%, 프랑스 67%, 독일 63%, 미국 57% 등과 비교하면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그런데도 우리끼리 부채위기라고 난리를 치며 경제를 망가트렸다.
그렇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달랐따. 그들은 경제위기설이 터무니없다는 사실을 꿰뚫어 봤다. 게다가 IT 거품도 가라앉아 있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우리 주식을 2000년 한 해에만 무려 11조 4,000억 원어치 사들였다. 이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 기록했던 사상 최고 기록인 4조 8,000억 원의 매입을 두 배 이상 넘어선 것이었다. 이렇듯 우리 경제를 사실 이하로 비관적으로 폄하하는 것은 경제심리를 위축시켜 큰 해악을 끼치게 된다. 경제위기설을 함부로 이야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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