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관점에서의 안전한 예측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보고 놀란 부분은, 가장 심각한 일을 너무나도 쉽고 순진하게 예측했단 점입니다. 전력수급 예측부터 신내림 받은 듯 뜬금없는 값이 단 하나만 등장하니까요.
전문가만 90명이 넘게 모였다는 탄중위에 공학의 기초를 아는 분은 정말 없으셨을지 궁금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고문에 작성했던 숨쉬듯 당연한 원자력분야의 예측 방식을 공유해봅니다. 절대 실패해서는 안되는 예측을 저희는 이렇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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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은 미래세대를 위해 전 지구적으로 달성해야만 하는 필수 목표이다. 탄소중립의 실패는 결과적으로 인류를 포함한 지구상의 동식물의 생명을 앗아갈 것이다. 따라서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절대 실패할 수 없는 시나리오여야 한다. 그러나 해외조림이나 탄소배출권 등을 언급하는 것을 보면 탄중위는 심각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이렇게 실패할 수 없는 예측을 할 때 공학에서는 어떻게 하는가?
설계자는 시제품이 나오기 전까지 개발단계에서 결과물의 성능을 완벽하게 알 수 없다. 따라서 개발 시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결과물이 목표성능을 만족할 수 있도록 보수성을 고려하여 설계하고, 그 성능을 예측한다. 목표성능 불만족은 과제 실패를 의미하고, 이는 다른 말로 무시무시한 ‘위약금’을 뜻하기 때문이다. 원전 내에 있는 수백만 부품은 위와 같은 공학적인 보수성을 일반 부품보다 더 가지고 설계된다.
원전은 특히 안전성이 중요한 개발품이다. 따라서 위에 언급한 일반적인 공학적 보수성과 함께 설계와 평가 전 단계에서 보수성을 가지고 그 안전성을 예측한다. 원전은 건설과 운영 전 안전성분석보고서를 통해 각각 건설허가와 운영허가를 획득해야 한다. 이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건을 예측하고, 안전해석을 통해 그 안전성을 증명한다. 따라서 안전해석은 실제 원전이 정지되도록 설정된 수치보다 더 강력한 수치로 수행된다.
그림을 참조하자. (원자력분야에서 사용하는 공식용어와 일부 차이가 있으나 이해가 쉽도록 위와 같이 작성한다) 실제 원전은 그림의 ‘1. 허용운전영역’에서만 운전이 된다. 이 운전영역이 인허가로 획득한 안전한 영역이다. 그러나 허용범위 밖으로 나가면 안전하지 않느냐? 전혀 그렇지 않다. ‘2. 운전제한조건’은 원자로가 운전 중 과도상태로 인해 잠깐 도달할 수 있는 운전영역이다. 역시 위험성이 없으며, 일정시간 내로 허용운전영역으로 복귀하면 된다. ‘3. 원자로 정지설정치’는 계측값이 일정범위를 넘어갔을 때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하는 실제 정지설정치를 의미한다. 이를 측정하는 각각의 계측기 역시 실패하면 안된다. 그러므로 여러 곳에서 다양한 변수를 측정하며, 한 계측 당 4개의 안전등급 계측기를 설치한다. 그 4개의 계측기도 공통원인고장을 막기 위해 다른 회사, 다른 방식으로 다양화를 한다. 그리고 안전해석은 그보다 더 격한 조건의 ‘4. 안전해석 설정치’를 기준으로 수행하여 안전함을 증명한다. 그렇게 우리는 예측이 절대 실물보다 부족할 수 없도록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실제로 연료손상은 ‘5. 연료손상한계’에서 발생하는데 이 역시 일부 연료가 손상될 확률을 의미하며 자체적인 보수성을 보유한다. 또한 이 영역에서 연료가 손상된다고 해서 방사성 물질이 격납건물 외부로 누출되지는 않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전주입이 실패하고, 원자로압력용기가 손상되어야 하고, 피동과 능동 모든 방법으로 작동하는 수소제거장치가 실패해야 하며, 격납건물이 파손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미국에서 발생한 TMI-2 사고에서는 방사성물질의 외부누출이 전혀 없었다. TMI-2는 우리나라 원전과 동일한 가압경수로형이며, 현재 국내원전보다 훨씬 안전성이 부족한 편이었다.
또 끝이 아니다. 대중의 오해와는 달리, 방사선에 대한 인체영향 평가는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피해자 및 체르노빌 피폭자들을 통해 장시간 다수의 케이스로 충분히 평가되어왔다. 이 결과를 통해 실제로 방사선에 대한 건강상 영향은 100mSv 이상의 피폭 시 생애주기 중 암발생률이 0.5% 증가하였고, 그 이하에서는 일반인과 구별했을 때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100mSv 이하 피폭자의 경우 일반인들보다 암발생률이 줄었지만, 통계상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결론내렸다. 다만 관리의 편의를 위해 저선량구간에서 가상의 Linear no-Threshold (이하 LNT) 모델을 적용하여, 일반인에게는 가능한 저선량만을 허용하도록 관리기준을 선정했다. 그로 인해 일반인은 연간 1mSv, 종사자는 20mSv의 선량허용한계를 가지지만 두 경우 다 안전성을 논할 수치가 아니다. 따라서 제대로 된 대형 격납건물이 없었던 후쿠시마 사고에서도 방사선에 의한 피해자는 없다.7) 관리기준으로 인해 인체에 영향이 없는 선량임에도 소개를 해야 하는 상황만 있었을 뿐이다. 안전을 담보로 한 예측은 이렇게 한다.
원전에서도 설계의 보수성과 안전성, 다중방호의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예가 있었다. 설계 원리부터 잘못된 체르노빌이다. 그러나 체르노빌도 소련 당국이 처음부터 사고를 밝히고, 전문가의 도움 하에 초기대응을 했다면 피폭으로 인한 43명의 사망자8)조차 없었을 것이다. 원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는 체르노빌이지만, 이 역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사고였으며 현재 이 노형은 존재하지 않는다.
탄중위가 배제하는 원전은 패스츄리 같이 점철된 설계의 한 겹마다 다중방호와 보수성을 적용한다. 오히려 이런 설계특성 덕분에, 원전 내의 안전한 사건조차 보수성이란 개념이 없는 반핵론자에게는 위험한 기술로 호도된다. 그런데 종의 미래를 건 시나리오에는 원전은커녕 일반 부품설계 할 때보다 보수성이 없다.
2050 탄소중립의 실패는 생명의 종언이며, 그 어떤 공학적 설계보다 실패의 리스크가 크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위약금’을 걸고 오징어게임을 해서는 안된다. 부디 탄중위가 주장한 책임성, 포용성, 공정성, 합리성, 혁신성의 원칙이 서론이 아닌 시나리오에 녹아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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