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긴 글이니 안읽는 것 추천. 생각정리용으로 쓴 글이니.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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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직원 숫자가 대략 20여명이 넘어가면, 창업자가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채 입사한 직원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한다.
(통상적인 이너써클 또는 1단계만으로 맺어진 관계가 생산성을 가질 수 있는 규모는 최대 15명 내외다. 50여명이 넘어가면 아예 대표자가 면접조차도 하지 않은 직원이 들어올 수 있고, 100명이 넘어가면 대표자는 그 직원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게 당연한 관계가 된다.)
이 단계에서부터 창업자는 매우 모순된 두 가지의 목표를 위해 고민을 해야 한다. 일단 20여명까지는 성격적으로 창업자와 매우 유사하거나, 서로의 성격을 견디면서도 일과 공동의 목표에 대한 집중력을 잃지 않는 사람들로 구성되게 된다. 이렇게 구성되지 않으면 그 조직은 이미 망했거나 곧 망한다. 즉, Uniformity 가 조직 구성의 핵심이 되는 것. 쉽게 말해 창업자와 미니미로 구성된다는 것.
하지만 사업이 계속 성장하면 이 단일성은 해체되기 마련이고, 창업자의 입김이 닿지 않은 인력들의 집단들이 생겨난다. 도시가 성장하면서 부도심이 생기는 것과 같은 현상.
그런데, 이렇게 생겨난 부도심들이 만약 도심지와 완전히 똑같은 곳들이면 어떻게될까? 모든 곳이 동일한 가치만 생성하기 때문에 활력과 아이디어가 급격하게 줄어들게 되고, 철저한 위계 사회가 형성된다. 제조업이 딱 이 시스템으로 굴러간다. 위계 조직이 좋은 점은 예측 가능성이 높다는 것과 생산성에 대한 판단이 용이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위에 있는 사람으로서 자기의 통제력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알게 해주는 '자뻑'을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 (군대에서 알보병으로 박박 길 때 헬기타고 다니시던 사단장을 생각해보자.)
권위주의적, 위계적 조직은 매우 높은 자산회전율과 통제에 따른 예측가능성을 주지만, 외부 상황이 급변하는 경우에는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 제조업이나 오프라인 유통업 (이거 매우 큰 위계조직이다. 겉보기에 멋있어 보일지 모르나 오프라인 유통업이 리버럴해지면 사고나기 십상이다. 백화점 같은 곳에서 근무해보신 분들은 무슨 말인지 잘 알 것) 이 상명하복 조직이 되고, 외부에 뻔히 위험이 다가오지만 그대로 밀고 나가다가 예견된 사고를 당하는 것도 조직의 경직성 때문.
때문에 이런 비극을 피하려는 조직 또는 업의 특성상 치밀한 조직성보다도 개개인의 적극성과 창의성에 집중해야 하는 조직이라면 (가령 콘텐츠, 플랫폼, 개발자 중심 IT 회사, R&D 회사 등) 말단 단위 조직의 조직원들은 자율적으로 움직이되, 말단 조직을 책임지는 사람들은 철저하게 조직 목표를 수행하도록 조직을 구성해야 하고, 이 때 필요한 요소는 조직의 Diversity다.
조직의 하부 단위가 Cell 조직이라면 이 셀들은 일종의 소규모 사업부처럼 기능하게 되고, 셀의 책임자는 자율권을 가지게 된다. 그래야 각 셀이 성장해서 누구는 신경세포가 되고, 누구는 근육세포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혈액세포가 된다. 모두가 단일 세포가 되는 조직이 위계체계라면 기술이나 콘텐츠 스타트업에서는 모두가 셀의 일원이 되어 일정한 자율성과 책임성을 가지고 독자적인 행보에 대해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것.
(위계체계라고 해도 당연히 모두가 같은 업무를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긴급상황시 우선순위는 조직 전체의 생산성 유지이지 그 특정 업무 또는 특정 팀의 생존이 아니다. 제조업에서 공장이 무너지는데 물류가 있어봐야 쓸데 없다. 하지만 콘텐츠 회사라면 나머지 콘텐츠 모두 망했는데 단 하나 남은 콘텐츠가 대박을 쳐서 성장할 수도 있는거다. 때문에 위계 조직에서는 직원들이 Specialist로 성장하기 보다 generalist로 성장하기를 주문하고, 이를 위해 여러 업무를 번갈아가면서 시키기 된다. 공무원들이 순환보직을 하고, 대기업이나 은행에서도 업무 순환을 시키는 것도 부정부패를 막자는 목적도 있지만 그보다 본질적으로 기업의 여러 부서, 많은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이 조직 위계 유지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서론이 길었는데, 이런 이유로 조직이 20여명이 넘어가기 시작하는 스타트업에서 창업자가 가장 고민해야 하는 것은 diversity를 촉진하되, 동시에 기준치에 맞는 생산성과 조직원으로서의 자각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가끔 회사내에서 왜 사이코패스 같은 사람이 승진하고, 일 안하는 사람이 승진하고, 특정 개인에게 일이 몰리는데 그걸 알고 있는 대표가 그냥 못본채 넘기고, 죽도록 일한 사람보다 빈둥거린 사람의 연봉이 더 높은지 모르겠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직원들을 많이 본다. 또 창업자 중에서도 자기 말이 도무지 안먹히고, 직원들이 뺀질거리고 업무에 대한 진지한 구석이 없다며 투덜거리는 모습도 많이 보게 된다.
직원들에게는 안된 말이지만, 사이코패스 기질의 임원이 있어야 조직의 갈등이 그 사람에게 몰리고, 창업자나 대표자가 제기하기 껄끄러운 문제제기를 직원들에게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전달할 수 있고, 목표에 대해 가혹하게 직원들을 몰아가더라도 비난이 경영진에 오지 않는다. 물론 이게 심해져서 노동 법규를 무시하는 상황이 되면 그 경영진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쏟아지는 사회적 비난도 책임져야 하겠지만, 그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통제할 수만 있다면 저돌적이고 막무가내인 관리자도 조직 긴장 유지 및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하다.
반대로 업무 능력은 떨어지지만 사람들을 보둠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려는 태도를 보이는 관리자 역시 필요하다. 조직에 모난 돌들만 있으면 조직원들의 상처를 피할 수 없으므로 누군가는 그 갈등을 완충해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
또 직접적인 갈등이나 부딪힘에서 한발 떨어진 상태로 조직의 전략에 대해 차분하게 고민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도 역시 필요하다.
삼국지에서 유비가 창업을 선언한 후에 인력들을 하나씩 채용해 가는 과정을 거쳐서 제갈량을 만나고 스케일업을 하는 이야기를 보면 이런 흐름을 지켜볼 수 있다.
그리고 창업자가 자기 이야기가 안먹히고, 조직원들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딴 짓을 많이 한다는 것은 자기 얼굴에 자기가 침뱉으면서 그걸 타인에게 자랑하는 꼴이다. 그냥 지 능력이 부족한거지. 우아하게 말하면 다양성 속에서도 목표 의식과 동기부여를 유지해내는 경영적 역량을 수혈해야 한다는 뜻이다.
분단위의 생산성을 신경써야 하는 조직은 조직화가 가장 중요한 화두고, 이를 위해 다양성보다는 효율성이 키워드가 되지만, 블록버스터의 성향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콘텐츠, 플랫폼, R&D, 서비스 등의 조직에서는 효율성의 중요성이 조직 자율성과 자발성보다 위에 올라오면 안된다. 창업자가 보기에 일하는 모습 속터지더라도 목표 의식이 명확한 책임자를 임명하는 정도로만 관여하고, 그 뒤에는 이들이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를 물떠놓고 기도하더라도 이들이 보는 앞에서는 우아한 웃음을 짓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정도 일을 못하고, 안하고, 책임감없는 직원들이 계속 늘어난다면? 그건 창업자가 사람 뽑는 능력이 없는거다. 중간관리자들부터 냉정하게 물갈이를 할 필요가 있다.
기업 경영을 하겠다고 하면서 마키아벨리적 사고를 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혹은 앞에서 웃고 뒤로는 칼을 가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자기는 그렇게 하기 싫으니까 남에게 이 일을 맡기는 것은 경영자로서 낙제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이라는 일이 자기의 마음속 바닥을 보는 일이고, 자기의 능력 전체를 시험하는 일이며, 그 속에서 실망하더라도 한발씩 나가는 지구력을 확인하는 일인 것.
직원들에게만 자발적으로 일하라고 하지 말고, 경영자로서의 책임을 방기하지 말 것. 조직원이 늘어나면서 창업자가 해결해야 할 첫번째 숙제는 자기 욕심이 나 체면이나 어설픈 '인간적인 척'이 아니라 진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진정한 자세다.
만약 정말 마키아벨리적 태도가 싫고 우아하고만 싶다면, 대규모 조직을 꾸리면 안된다. 자기의 1차적 네트웍 바운더리에 해당하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는게 맞고, 이것도 결코 잘못된 선택이 아니다. 다만 자기 욕심은 큰데 그에 따른 흙탕물은 뒤집어 쓰기 싫어하는 모순적 상황을 만들지 말라는 것. 대다수의 경영자가 이 책임 수행에 실패하는 것은 자기가 원하는 것과 자기가 할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 숨어버리면서 직원 욕하는 걸로 만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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