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호 페북펌)
- 조용한 현실, 서울의 월세/반전세 시장
피곤해서 조금 이르게 잠에 들었는데, 너무 피곤해서 깼습니다. 잠을 자는 데도 체력이 필요한데, 너무 피곤해서 잠을 못 자네요. 저는 오늘로 부스터샷(모더나)을 맞은 지 76일째 되었고, 부스터샷 맞고 8일 뒤부터 심장이 아팠는데 오늘까지도 여전히 심장이 아프네요. KCDC에선 별 문제없다고 하고, 뭐 언젠간 괜찮아 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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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임대차 신규계약 절반이 월세라고 합니다. 놀라운 통계죠. 2017년 청약제도 개편으로 2030이 주택 청약시장에서 배제된 이후 전국적 실수요 장세가 열리기 시작했구요, 그 흐름에서 2018년부터는 전세 제도를 없애는 정책이 많이 나왔습니다. 일관적으로 월세화로 이끄는 정책들이 많이 나왔구요. 현 정부의 기조가 관리 가능한 임대차 시장이라, 초기 패러다임부터 월세로 잡았습니다. 그래서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화가 될 것 같다.’는 얘기를 계속 해 왔는데, 이제는 수치로 확인되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월세화로 전환된다기 보다는, 계약갱신요구권 + 임대료 5% 상한 제한의 제도와 금융위원회의 전세 대출 쿼터 관리가 맞물려서 월세화가 촉진되는 느낌입니다. 와중에 기준금리 인상하면서 전월세 전환율도 높아지고 있고요.
원래는 시장이 월세/반전세로 전환되는 걸 못 받아줬습니다. 누가 좋아서 월세 내고 싶나요? 그래서 시장이 죽어도 월세는 안 받아줬습니다. 강남, 여의도, 광화문 인근같은 주요 업무지구 외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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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반전세가 사실상의 표준이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과거에는 반전세를 시장에서 못 받아줬는데, 지금은 왜 받아줄까요? 제가 생각하는 요인은
1. [시세 상승] 지난 몇 년 간 전세 보증금이 급격히 상승하여, 전세 대출을 통해서도 보증금 전액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2. [대출 규제] 금융위원회의 규제로, 전세 대출이 어려워졌습니다.
3. [원가 상승] 주택의 취득 및 보유 비용이 증가하여, 임대 원가가 상승하였습니다.
크게 세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시세 상승, 대출 규제, 원가 상승이라는 3가지가 다 맞아 떨어지면서 반전세로 가는 것 같아요. 여기에 지엽적으로 보면, 임대인의 세금 부담 증가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전월세 전환율의 상승이 있을거고요.
서울 및 수도권은 주거비가 많이 상승한다고 보이는데, 특히 서울은 이 추세가 쉽게 꺾일 것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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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으로는 자본차익도 낼 수 있지만, 현금흐름도 창출할 수 있습니다. 배당처럼요. 자본차익을 규제하니 자연스럽게 배당을 추구하도록 시장이 적응하는 모습 같고요.
전세 임대의 현금흐름은 마이너스입니다. 단기적으로는 100% 손실인 짓을 그동안 임대인들이 왜 해왔냐면, 자본차익의 기대수익이 컸기 때문입니다. 단기 손실을 감안하고도 존버하면 자본 차익이 크니까 전세로 놓았던 겁니다. 반면, 지금은 세후 자본차익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 자연스럽게 현금흐름을 +(플러스)로 만들려고 하는걸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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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주택시장을 만들겠다고 진행해 온 여러 정책들이 맞물려 돌아가면서, 실제로 시장이 건전해지고 있습니다. 국가 관점에서 건전한 시장이요. 외부 충격이 와도 집값이 폭락하질 않습니다. Covid-19에서 대한민국의 부동산은 다이아몬드보다 더 강력한 하방경직성을 보였습니다. 오히려 폭등에 가까운 상승을 보였죠. 정부 입장에선 관리를 잘 한 겁니다.
하지만 건전한 주택시장은 저비용의 주택시장이 아닙니다.
그동안은 주택시장에 이런저런 명암이 있었으니 집이 좀 싸게도 풀리고 저렴하게 거주할 수도 있고 그랬던 거고요. 비사회적인 집도 있고(Social), 거버넌스 이슈가 있는 집도 있고(Governance), 이런저런 미공개 정보가 있으니 비효율적인 시장이어서 저가 거주도 가능했습니다.
싸게 거주하는 임차인을 레버리지 삼아 임대인은 높은 자본 차익을 얻고, 누구는 또 암암리에 미신고 임대료도 받고 그랬던 거죠. 그런 요소들이 있으니 임대료가 저렴했던 걸거고요.
시장이 건전해지면 비용은 당연히 높아집니다. 이번 HDC 사태만 보더라도 이제 설계와 감리를 분리하자는 말도 나올 것 같네요. 그 외 다른 규제도 더해질거고요. 어쩌면 법적으로 양생기간을 정해버릴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주택 품질은 더 높아지겠죠? 대신에 가격은 높아지고요.
여기에 임금 상승, 인플레이션 등등.. 비용 상승 요인도 많이 보이네요.
선진국이 되어가는 현상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많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사회 생활의 시작 지점에서부터 월세를 내며 산다면, 자본 축적이 너무 어려울 것 같거든요. 서울은 이제 낮은 주거비용이라는 장점이 많이 사라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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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인상이 주택 시장에 영향을 줘 봐야 얼마나 주겠나 싶습니다. 오히려 가격 올리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데이터 상으로도 금리 인상기에는 주택 가격이 더 올랐고요. 주택 가격이 내리려면 경제 자체가 고꾸라져야 합니다. 주택 가격이 내리는 지표는 기준금리 인상이 아니라 ‘대출 연체율’입니다. 대출이 연체되어야 경매도 뜨고 그러잖아요.
LTV 40% 이하, 강력한 DSR 규제, 다주택자 담보대출 금지, 1세대 1대출, 신용대출 1억 미만 등등.. 심지어 15억 이상 주택은 담보대출 불가.
이런 상황에서 주택 구매 목적의 담보대출을 내려면 낮지 않은 소득과 안정성이 있어야 합니다. 기준금리가 오른다고 한들, 현실적으로 연체율이 얼마나 높아질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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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의 시대인데, 이제 집 얘기 꺼내기도 부담스럽네요.
월세가 기본이 되는 사회는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줄여 역동성을 낮출 것 같은데, 전월세 실거래가 데이터를 보니 너무 조용히 월세 시대가 현실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동익 댓글)
전세제도의 핵심은 월세를 안낸다는 게 아니라 집값의 반값에 집의 사용가치를 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입자는 자본가치를 포기했기에 집값의 반값에 집의 사용가치를 누릴 수 있는 것이겠지요
이제 자본가치가 없어진다면 전세가 없어지고 월세로 가는 건 논리상 당연하겠습니다
자본가치가 없어진 상태의 월세는
전세가격 기준이 아니라 집가격 기준으로 월세를 측정하게 될 거 같습니다
(전세 가격 기준 월세라는 건 사실상 전세제도의 연장입니다
전세는 은행에 이자 내는 거고, 월세는 집주인에게 이자내는 것이죠)
제가 느끼는 전세-->월세 전환의 핵심은 사용료 지불형태의 변화가 아니라 사용료 산정기준의 변화에 있는 듯합니다
즉, 집값 반값 기준 --> 집값 전체 기준
따라서 주거비 상승은 필연이죠(집값이 전세값 수준인 반값으로 안내리는 한요)
또, 이러한 전환을 촉진한 게 정부라는 게 재밋습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에서 자신의 몫을 더 챙기기 시작하면, 정부가 더 가져가는 몫을 집주인과 세입자가 나눠서 부담할 수 밖에 없는 거죠
이 과정에서 세입자 부담 증가만 부각되지만 사실 집주인의 부담도 같이 증가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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