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 버블이 붕괴할 때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상방이 무한으로 열려있는 시장이다.
지난 몇년간 일련의 부동산 정책과 지지논리를 보면서 느낀 것은, 아 저 사람들은 시세의 원리를 1도 모르거나 도가 터서 시장을 움직이고 이용해먹는 것 둘 중 하나이겠구나 하는 것이다.
시세는 수 많은 개별 시장주체의 심리와 그에 따른 의사결정에 의해 움직인다. 1부터 10까지 오른다 하면 쭉 오르는게 아니라 중간에 -30~-50%도 깎이고 하면서 오르락내리락 하며 올라간다. 이 과정에서 매물은 심리적으로 안정된 무거운 투자자의 손과 심리적으로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가벼운 투자자의 손을 오가며 수렴하고 분산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상승의 과정은 점진적이고 지난하다. 이를 인내하며 버틸 수 있는 이가 많지 않기에 상승장에서 생각보다 돈을 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알아 둬야 할 것이 시세, 즉 자산의 가격은 그저 가격이다. 예를 들어 1조짜리가 10배가 돼서 10조가 됐다 치자. 평가액을 기준으로는 10조까지 증가했겠으나 모두가 그것을 실현할 수는 없다. 물론 통상적인 시장 상황에서는 그런 일은 없겠으나 만약 모두가 동시에 매물을 던지기 시작하고 그 누구도 받쳐주지 않는다면 1조도 건지기 어려울 수 있다.
많은 이들은 통상적 시장상황을 전제로 내가 가지고 있는 자산이 언제나 현금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생각하게 되고, 그 자산이 내가 만질 수 있는 것이라 착각하며 소비생활을 영위하게 된다. 그러나 바로 그 통상적 시장상황이라는 전제가 깨져버릴 때, 받쳐주는 매수세가 실종되고 매도세가 쏟아지며 호가가 뚝뚝 떨어지고 이는 그 자체로 매도세를 가중시킨다. 그게 심화되고 통상적인 조정의 범위틀 넘어선 경우가 소위 말하는 대폭락이라는 것이다.
주식은 거래의 단위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무거운 투자자와 가벼운 투자자 간의 매물순환이 상대적으로 빠르고 잦게 일어난다. 그래서 부동산과 달리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그것을 간파하고 버틸만큼 심리적으로 강하지 못하기에 수익을 올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10배 오르는 과정에서도 나는 반토막이나 심하면 깡통을 찰 수 있는게 주식이다.
반대로 부동산은 시세의 진행과정이 상대적으로 길며 그 흐름이 묵직하고 나를 포함한 모든 투자자들이 매도를 통해 수익을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부동산은 시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상대적으로 물량의 잠김 효과가 주식보다 크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레 상승을 가볍게 만들어 시세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된다.
이번 정부와 범정부 세력이 그동안 누적해왔던 도시-부동산 정책은 다양한 부분에서 시세의 탄력과 범위를 늘릴 수 밖에 없는데, 1) 거래 자체를 어렵게=보유를 하고 있을 수 밖에 없게=의도치 않게(혹은 의도적으로) 투자자들의 행태를 묵직하게 만들었으며 2) 분양가 상한제, 그리고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온갖 규제 이후 조건부 인허가를 통한(우린 할 수 있게 해줬는데 니네가 안한거다? ㅇㅈㄹ) 실질적 공급 억제
2)에 대해 추가적으로 설명을 하면 시세의 경우 소위 대장이라고 하는 매물이 선두에 서 있고 다른 물건들이 그것을 따라가는 형태를 띈다. 대장이 선두에서 끌고 가면 대장이 쉬는 동안 후발주자들이 따라붙고 다시금 대장이 치고 가고 후발주자들이 따라붙고 하면서 시세의 양상이 진행된다.
이게 왜 중요한 거냐면, 기술혁신과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혁신산업, 무형산업, 글로벌 세계화 등의 특성으로 인해 소수의 슈퍼스타, 그리고 상대적으로는 소수이나 글로벌 경제와 연결된, 절대적 숫자로는 결코 작지 않은 10%~20% 정도의 500~1000만의 상대적 고급수요에 대응하는 공급이 상당히 어려워진 상황이다.
1) 요인으로 기존 시장 물량에 대한 수급적 요인, 그리고 2) 요인으로 인해 신규 공급되는 물량에 대한 수급적 요인이 시장에 나와있는 매물의 수 자체를 크게 감소 시키면서 호가가 가벼워지니 거래 몇번으로도 가격이 훅하고 가볍게 치고 올라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버린 것이다.
재개발 재건축에 대한 반대 논리 중 하나가 재개발 재건축은 공급의 순증가량이 적거나 혹은 되려 멸실을 발생시킨다는 부분인데, 재개발 재건축은 시장의 상방을 억제한다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이 있기 때문에 그것은 시세의 원리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나온 것일 확률이 높다는 조심스러운 의견이다.
재개발 재건축으로 인한 일시적 가격상승은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물건 자체의 내재가치가 크게 오르는데 명목가격의 상승은 당연히 감내해야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의 특성상 총 주택수는 그대로이거나 약간 줄어든다 하더라도 상층부 수요에 대한 공급은 순증되는 것이기에 시세는 결국 안정될 수 밖에 없다. 시세는 원래 그러한 과정을 거치며 상승하고 또 시장은 안정되는 것이다(소로스의 재귀성 이론 자료 첨부).
물론 시세에 무한한 상승은 당연히 있을 수 없다. 무거운 투자자와 가벼운 투자자간의 손바뀜은 무한하게 반복될 수는 없다. 심리적으로 안정된 무거운 투자자라 함은 상당한 경험과 통찰로 시장과 시세를 읽어낼 수 있는 경우이기도 하겠으나, 투자에 대한 판단의 층위는 시세-기업-산업-국가-세계-인간 등 다양하므로, 어떤 층위에서의 판단이든 어떠한 기준 혹은 신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다. 이들은 시장과 시세를 읽어내든 혹은 본인의 기준과 신념에 의해서든 어느 순간에는 물량을 모두 정리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가벼운 투자자들은 지금이라도 놓치면 안된다는 조급함으로 판단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긴 시세의 끝은 필연적으로 대량의 손바뀜=거래를 수반한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글로벌 유동성 공급의 영향이 당연히 지대하나 정부의 책임이 그 뒤로 숨을 수 있을 정도로 가볍지 않다. 시세의 상승 과정은 원래도 개별 투자자들의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매물잠김을 수반하는데, 이 정부는 정책적으로 매물잠김을 가중시켰으며 그로 인해 호가가 가볍게 올라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다. 그로 인해 가격은 끝도 없이 상승하고 있고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이들은 시장에서의 거래 호가 등등의 상황이 아니라 가격 그 자체로 판단하기에, 마치 이 올라간 가격이 내가 거둬들일 수 있는 수익인 듯한 착각, 박탈감 등을 발생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시세에 무한한 상승은 없다. 결국 언젠가는 하락한다. 다만 대부분 사람들의 오류는 이러한 진리에 기반해 내가 그 시점을 함부로 예측하려 해 수익을 짧게 끊어내고 시세는 언젠가 꺾인다는 이유로 자본이익을 취득할 기회 자체를 획득하려 하지 않는 우를 범한다는 거다.
부동산 가격에 무한한 상승은 분명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지금은 시장에 물량이 크게 잠겼고, 이로 인해 호가는 말도 안되게 가벼우며, 한정된 고급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슈퍼스타들은 분명 존재하기에 시장의 상방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어쩌면 이게 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아마 이 긴 시세의 하락은, 1) LTV 규제 완화 2) 거래 관련 규제 완화 등 본격적인 손바뀜 거래가 발생할 수 있는 계기가 발생한다면, 1) 제2, 제3 금융권 부동산 관련 부채 2) 글로벌 유동성 감소 등의 뇌관이 하나씩 터지며 상당한 공포에 의한 매도세의 심화 그리고 그로 인한 시세의 급전직하로 얼마든 이어질 수 있다.
아 또 뭐 어차피 제대로 된 투자자 분들은 이걸 보고 나를 폭락론자로 오해하진 않겠지만, 난 그런 의견 자체를 갖지 않는다. 다만 이 세상은 양의 기운에서 음의 기운이 태동하며 그 반대도 항상 성립한다. 이 세상엔 호재와 악재가 될 수 있는 각각의 정보들이 항상 공존하며 상승의 뇌관도 하락의 뇌관도 항상 존재한다. 다만 시세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상황일 때 그 정보와 뇌관을 불러낼 뿐이다. 그래서 상승론도 하락론도 의미가 크게 없는 것이다. 각각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 많은 정보와 요인들 중 본인의 의견에 유리한 것을 가져와 설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 혹시 그러니 규제를 강화해야한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글을 안읽었거나 이해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고 보기 불편하면 알아서 친삭을 하거나 차단을 하거나 하면 되겠다. 난 충분히 설명했다 생각한다.
내가 폭락론자이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난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가급적 부동산 자산은 실거주 목적을 제외하고는 투자를 하지 않으려 하는 입장이고, 순자산 기준으로 부동산 자산의 소비 요건(순자산의 1% 룰)의 가중치를 동일한 금융 순자산의 2분의 1에서 상황에 따라서는 3분의 1로밖에 치지 않는다. 시세의 속성으로 인해 시장의 밸런스가 깨지고 나면 가격이 어디까지 무너질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시세의 끝이 어디일지는 알 수 없으나, 확실한 것은 어떠한 계기로든지 시세가 무너지기 시작한다면,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거다. 직접적으로 레버리지가 털려서 자산을 잃거나 하는 것도 피해는 피해이나, 설령 그것이 단 몇개의 점에 불과하고 그 가격에 수익을 실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하더라도 사람들은 올라간 호가를 기준으로 마치 그것이 내가 가질 수 있었던 돈인 것처럼 사고하기에 호가가 크게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시세의 하락 이후의 시장과 경제 전체에 미치는 심리적 박탈감, 상실감, 우울감 등 그 후유증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 인간들의 사회가 어떻게 전개되어 나갈지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상 한 멍청이의 쌉소리였다. 똑똑하신 분들 많으니까 알아서 잘 하겠거니 하고 나나 잘 준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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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민페북펌